Shim Hyun Sung

누군가에게 ‘너’,’당신’이라는 호칭이 붙는 순간, 우리는 서로의 삶에 무게를 더하게 됩니다. 모든 것이 빠르고 단층적으로 소비되는 효율과 가속의 시대에, 타인의 삶을 내 안으로 들이고 그 버거움을 견뎌내는 일은 어쩌면 가장 비효율적인 행위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그 구속을 기꺼이 짊어지는 과정 속에만 피어나는 진정한 아름다움과 삶이 있다고 믿습니다. 제 작업은 바로 이 관계의 무게와, 그 안에서 발견되는 연결의 시간들을 물리적인 부피로 기록하는 일입니다.
저는 아무리 가깝더라도 알 수 없는 것을 이야기하고자 했습니다. 표면 위로 돋아난 무수한 '가시'들은, 가장 가까운 사이일수록 오히려 더 쉽게 서로를 할퀴고 마는 우리의 현실과 닮아있습니다. 그러나 이 가시들은 타인을 공격하기 위한 무기가 아닙니다. 상처받지 않으려 잔뜩 웅크린 내면의 여리고 슬픈 방어기제이자, 상황에 따라 끊임없이 분열하는 우리의 페르소나들입니다.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이 인간의 감정마저 데이터로 치환해 버리는 오늘날, 저는 흙을 만지는 지연된 수작업을 통해 이 가시들을 하나하나 빚어 덧붙입니다. 비효율적이고 반복적인 이 노동의 과정은 휘발되어 버리는 감정의 파편들을 단단하게 물질화하는 수행적 행위입니다. 미약한 가시들이 겹겹이 쌓여 형성하는 거대한 '시각적 밀도'는 결코 단일하게 요약될 수 없는 인간 존재의 복잡다단함을 증명합니다.
이 축적의 과정을 통해 제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조형 언어인 '결'이 완성됩니다. 이 표면의 결들은 수많은 스침과 부딪힘, 쓰다듬어지길 바라는 마음과 상처받기 싫은 두려움이 만들어낸 나이테와 같습니다. 타인과의 끊임없는 마찰, 주고받은 상처와 화해, 실망 속에서도 끝내 놓지 못했던 애정의 순간들이 존재 위에 켜켜이 새겨진 것입니다. 기계적인 매끄러움이 배제된 이 불규칙한 밀도감은, 모순되고 복잡하게 얽힌 인간의 여러 이면들이 융합하는 과정을 시각화합니다.
우리는 서로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습니다. 다름을 인정하는 관계 속에서 필연적으로 고통이 피어오릅니다. 비록 나를 고립시킬지라도 스스로를 지키고 싶었던 방어의 몸짓은, 역설적이게도 가시에 찔릴 아픔을 감수하고서라도 기어이 다시 타인에게 손을 내밀 수밖에 없는 우리의 모순을 드러냅니다. 구속이 곧 구원이 되는 이 아이러니의 경계 위에서, 찢기고 긁히면서도 결코 끊어지지 않는 결속. 저는 이 흙의 밀도를 통해 저 자신을 이해하고, 상처 속에서도 다시 관계를 향해 나아가는 우리들의 마음을 대변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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