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돋아난 숨, 무르익은 사유 》
1부 : 관계
2026.09.01-09.29
Installation View
Artists
김문규 | Kim moonkyu
키미킴 | Kimi Kim
심현성 | Shim Hyunsung
주경진 | Joo Gyeongjin
Press Release
돋아난 숨, 무르익은 사유
시간은 단순히 축적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늘 새로운 감각과 끊임없이 부딪히며 확장되고, 비로소 그 마찰 속 살아있는 흐름이 된다. 갤러리 서린 스페이스의 기획전시 《돋아난 숨, 무르익은 사유》는 부산 미술이라는 하나의 생태계 안에서 서로 다른 시차를 살아가고 있는 여러 세대의 예술적 조우를 도모하는 자리다.
이번 전시에서 정의하는 ‘무르익은 사유’는 중견작가가 도달한 세월의 무게이자 본질적 깊이다. 화려한 기교를 덜어낸 관조적 태도의 결과물이며 동시에 흔들리지 않는 조형적 질서의 구축이다. 이는 부산 미술이 오랜 시간 묵묵히 다져온 단단한 토대이자 어제의 기록이 된다. 반면, ‘돋아난 숨’은 기성의 프레임을 비껴가는 신진 작가들의 생생한 감각적 첫 호흡이라 정의한다. 전통이라는 대기 위에 내려앉은 신선한 도발이자 동시대를 향한 순수한 질문이며, 고여 있지 않고 끊임없이 순환하는 신진들의 숨결은 부산 미술의 오늘과 내일을 증명할 살아있는 무언가다.
본 기획의 핵심은 ‘Established(안정적인 상태)’과 ‘Emerging(떠오르는 상태)’이라는 단순한 이분법을 넘어, 두 세대 사이의 상호견인과 상생의 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 중견 작가의 완숙한 안목은 신진 작가의 실험적 정신에 방향성을 제공하며 이끌어주고, 동시에 신진 작가가 던지는 날카로운 질문과 가변적인 형태는 중견 작가가 구축해 놓은 견고한 질서 위 새로운 시대적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선배의 이끎과 후배의 밀어올림이 서로 맞물리는 이 지점에서 세대 간의 단절은 극복되고, 서로가 서로를 통해 스스로를 갱신하는 상생의 장을 형성한다.
이 하나의 주제는 두 번의 전시를 통해 완성된다. 첫 번째 전시는 ‘관계’에 대한 전시다. 이태리 유학 후 부산대학교에서 교수를 지낸 중견 조각가 김문규 작가와 뉴욕과 부산을 오가며 페이퍼 클레이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중견작가 키미킴, 그리고 도자를 다루는 청년 작가 심현성·주경진이 함께하는 4인전으로 구성된다. 두 번째 전시는 평면으로 시선을 옮긴다. 수제 한지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중견작가 이건희와 신문이라는 인쇄 매체를 해체하고 갈아내어 관객과 소통하는 청년작가 이현도의 2인전이다.
장르와 매체의 구분은 형식일 뿐, 두 전시는 모두 부산 미술의 계보가 다음 세대로 전이되고 진화되는 과정에 대한 하나의 증명이다. 《돋아난 숨, 무르익은 사유》는 관람객 모두에게 예술이 시간을 관통하며 세대를 연결하고, 지역의 예술 생태계를 풍요롭게 자생시키는 과정을 목격할 기회를 제공한다. 전시 종료 이후에도 이 모든 것들은 갤러리 서린 스페이스의 구축 시스템을 통해 지역 작가들이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상생할 수 있는 ‘부산 미술 세대 상생 엑셀러레이터’로 확장되는 필연적인 시작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1부 : 관계
관계는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과 사람, 사물과 사물 사이를 오가는 감정과 욕망이 부딪히고 스며들며 비로소 관계라는 형태가 만들어진다. 《돋아난 숨, 무르익은 사유》의 첫 번째 전시는 이러한 관계의 다층적 결을 시각언어로 풀어낸다.
전시장에 놓인 스틸과 도자 조각들은 저마다의 온도와 질감을 지닌다. 그것들은 하나의 공간 안에서 서로 마주하며 새로운 긴장과 조화를 만들어낸다. 견고한 물성과 유연한 물성이 부딪히는 지점에서 우리는 관계가 지닌 양가적 속성—끌어당김과 밀어냄, 지지와 갈등—을 목격하게 된다. 이는 사람 사이의 관계 뿐 아니라, 개인과 세계,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 사이의 관계로도 확장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관람객이 직접 참여하는 프로그램 《관계 쌓기》가 함께 진행된다. ‘LEGO’라는 익숙한 조형물을 쌓아 올리는 단순한 행위를 통해, 관람객은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일이 얼마나 섬세한 균형을 요구하는지, 그리고 그것을 깨트리지 않기 위해서 쌓는 토대 등을 몸소 체감할 수 있다. 완성된 형태를 감상하는 것을 넘어, 관계를 직접 쌓아보는 이 경험은 전시가 던지는 질문에 대한 가장 직관적인 대답이 된다.
물성과 물성이 만나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듯, 이 전시는 관람객들에게 자신을 둘러싼 관계들을 다시 들여다보는 시간을 제공한다. 견고함과 연약함, 지속과 순간이 공존하는 이 공간에서, 우리는 관계라는 이름의 살아있는 조형을 마주한다.
전시 기획 및 운영 | 갤러리 서린 스페이스
전시 서문 | 이정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