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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돋아난 숨, 무르익은 사유 》
​        2부 : 기록

2026.10.06-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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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s

이건희  | Lee Gunhee

이현도  |  Lee Hyundo

Press Release

돋아난 숨, 무르익은 사유

 

시간은 단순히 축적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늘 새로운 감각과 끊임없이 부딪히며 확장되고, 비로소 그 마찰 속 살아있는 흐름이 된다. 갤러리 서린 스페이스의 기획전시 《돋아난 숨, 무르익은 사유》는 부산 미술이라는 하나의 생태계 안에서 서로 다른 시차를 살아가고 있는 여러 세대의 예술적 조우를 도모하는 자리다.

 

이번 전시에서 정의하는 ‘무르익은 사유’는 중견작가가 도달한 세월의 무게이자 본질적 깊이다. 화려한 기교를 덜어낸 관조적 태도의 결과물이며 동시에 흔들리지 않는 조형적 질서의 구축이다. 이는 부산 미술이 오랜 시간 묵묵히 다져온 단단한 토대이자 어제의 기록이 된다. 반면, ‘돋아난 숨’은 기성의 프레임을 비껴가는 신진 작가들의 생생한 감각적 첫 호흡이라 정의한다. 전통이라는 대기 위에 내려앉은 신선한 도발이자 동시대를 향한 순수한 질문이며, 고여 있지 않고 끊임없이 순환하는 신진들의 숨결은 부산 미술의 오늘과 내일을 증명할 살아있는 무언가다.

 

본 기획의 핵심은 ‘Established(안정적인 상태)’과 ‘Emerging(떠오르는 상태)’이라는 단순한 이분법을 넘어, 두 세대 사이의 상호견인과 상생의 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 중견 작가의 완숙한 안목은 신진 작가의 실험적 정신에 방향성을 제공하며 이끌어주고, 동시에 신진 작가가 던지는 날카로운 질문과 가변적인 형태는 중견 작가가 구축해 놓은 견고한 질서 위 새로운 시대적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선배의 이끎과 후배의 밀어올림이 서로 맞물리는 이 지점에서 세대 간의 단절은 극복되고, 서로가 서로를 통해 스스로를 갱신하는 상생의 장을 형성한다.

 

이 하나의 주제는 두 번의 전시를 통해 완성된다. 첫 번째 전시는 ‘관계’에 대한 전시다. 이태리 유학 후 부산대학교에서 교수를 지낸 중견 조각가 김문규 작가와 뉴욕과 부산을 오가며 페이퍼 클레이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중견작가 키미킴, 그리고 도자를 다루는 청년 작가 심현성·주경진이 함께하는 4인전으로 구성된다. 두 번째 전시는 평면으로 시선을 옮긴다. 수제 한지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중견작가 이건희와 신문이라는 인쇄 매체를 해체하고 갈아내어 관객과 소통하는 청년작가 이현도의 2인전이다.

 

장르와 매체의 구분은 형식일 뿐, 두 전시는 모두 부산 미술의 계보가 다음 세대로 전이되고 진화되는 과정에 대한 하나의 증명이다. 《돋아난 숨, 무르익은 사유》는 관람객 모두에게 예술이 시간을 관통하며 세대를 연결하고, 지역의 예술 생태계를 풍요롭게 자생시키는 과정을 목격할 기회를 제공한다. 전시 종료 이후에도 이 모든 것들은 갤러리 서린 스페이스의 구축 시스템을 통해 지역 작가들이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상생할 수 있는 ‘부산 미술 세대 상생 엑셀러레이터’로 확장되는 필연적인 시작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2부 : 기록

 

기록은 시간을 붙잡으려는 인간의 오랜 몸짓이다. 종이 위에 새겨진 문자와 이미지는 한 시대의 기억을 담아내지만, 그 기록은 결코 고정된 채로 머물지 않는다. 누군가는 기록을 정성껏 쌓아 올리고, 누군가는 그것을 해체하여 다시 쓴다. 《돋아난 숨, 무르익은 사유》의 두 번째 전시는 이러한 기록의 두 얼굴을 평면이라는 언어로 조명한다.

 

이번 전시는 '종이'라는 하나의 물성 위에서 펼쳐진다. 손으로 직접 뜬 한지의 결과, 인쇄되어 소비되고 폐기된 신문지의 표면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시간을 품고 있다. 한쪽이 시간을 정성껏 축적해 온 기록이라면, 다른 한쪽은 이미 쌓인 시간을 해체하고 재조합하여 새로운 언어로 되돌려 놓는 기록이다. 이 두 개의 태도는 대립하지 않고, 오히려 하나의 벽 위에서 서로를 비추며 기록이라는 행위의 본질을 되묻는다.

 

전시와 함께 진행되는 관람객 참여형 프로그램 《기록의 해체》는 활자의 맥락을 지우고, 자신만의 고유한 사유가 담긴 단어를 조형물로 만들어 일상 속에서 소지하도록 유도한다. 이를 통해 관람객은 기록이 단순히 과거를 저장하는 행위가 아니라, 매 순간 새롭게 쓰이고 다시 읽히는 살아있는 과정임을 직관적으로 체감하게 된다.

 

쌓아 올리는 기록과 해체하는 기록이 종이 위에서 마주하는 이 전시는,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기억하고 기록할 것인가에 대한 조용하지만 깊은 질문을 던진다.

전시 기획 및 운영 | 갤러리 서린 스페이스

전시 서문 | 이정은

T │+ 82  51  742  7422

Opening Hours │Tues - Sat, 10am - 6pm

Zenith Square A Tower 607, 33, Marine City 2-ro,Haeundae-gu, Bus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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