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이지 않는 구조 》
Installation View
Artists
정은주 | Jeong Eunju
김병주 | Kim Byungjoo
Press Release
오늘날 우리는 견고한 콘크리트와 정의된 색채로 둘러싸인 도시적 환경 속에 살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실체’ 라고 믿는 이 물리적 세계의 이면에는 지각되지 않는 무수한 층위와 개인의 무의식이 투영된 보이지 않는 구조들이 존재한다.
전시《보이지 않는 구조》는 현대 회화와 조각의 본질적 조형 언어를 탐구해 온 정은주와 김병주, 두 작가의 작업을 통해 가시적인 형태 너머에 은닉된 존재의 본질과 인식의 경계를 심도 있게 조명한다.
정은주의 작업은 형상을 소거하고 본질적인 색채의 중첩만으로 화면을 구축한다. 작가의 <Untitled> 시리즈는 단번에 파악되는 시각적 해답을 거부하며, 오히려 그 ‘불친절한’ 공백을 통해 관객의 정신이 개입할 수 있는 역동적인 장(field)을 마련한다.
작가가 독일 유학 시절부터 천착해 온 ‘선의 교차’와 ‘면의 쌓음’은 단순한 기하학적 반복이 아니다. 그것은 작가가 인고하며 보낸 시간의 퇴적물이며, 융(C.G. Jung)이 말한 ‘살아있는 상징’으로서의 색면이다. 수천 번의 수행으로 완성된 정은주의 목재 반입체조각은 관객 각자의 생애사적 기억을 낚아 올리는 낚싯바늘이 되어, 고정된 의미에 갇혀 있던 색채를 개인의 내면과 공명하는 유동적인 기표로 탈바꿈시킨다. 이로써 정은주의 평면은 보이지 않는 기억의 구조를 시각화하는 수행적 공간이 된다.
반면 김병주는 철제의 선(line)을 이용해 현대 건축의 구조적 골조를 3차원의 공간 속에 직조해낸다. 그의 조각은 안과 밖, 실체와 허상, 채움과 비움이라는 이중적 가치가 공존하는 모호한 경계점을 탐구한다. 가상의 그리드(grid) 속에 재구성된 그의 건축적 구조물은 관람자의 위치와 시점에 따라 끊임없이 해체되고 재조합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주목할 점은 조형물 자체가 점유하는 물리적 공간을 넘어, 빛에 의해 생성된 그림자가 만들어내는 2차원의 환영적 공간이다. 강철의 선들이 빚어낸 3차원의 실체와 벽면에 투사된 2차원의 그림자는 서로 맞물리며 전시장이라는 물리적 경계를 교란한다. 김병주의 작업에서 건축물은 더 이상 폐쇄된 공간이 아니라, 빛과 시선이 관통하는 열린 구조가 되며, 그 사이를 흐르는 시간과 기억의 잠재성을 현실화한다.
《보이지 않는 구조》에서 두 작가는 서로 다른 매체를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작품 완성을 위한 필수적인 주체로 관객을 소환한다는 점에서 궤를 같이한다. 정은주의 색면 너머에서 발견하는 유일한 기억이 작품의 마지막 붓질이 된다면, 김병주의 모호한 그리드 사이를 거니는 관람자의 가변적인 시선은 보이지 않는 공간의 마지막 구조를 형성한다.
이번 전시는 견고한 일상의 표면 아래 숨겨진 심리적, 물리적 구조들을 반추하는 사유의 장이다. 관람객은 익숙한 도시의 파편들과 색면 속에서 비로소 자신만의 보이지 않는 구조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전시 기획 및 운영 | 갤러리 서린 스페이스
전시 서문 | 이정은

